너희도 이런 적 분명히 있을 거야. 엄마랑 같이 편의점에 갔는데 엄마가 인심 쓰듯 말하지. 너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다 골라봐!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지고 신이 나기 시작해. 그래서 신중하게 평소 제일 먹고 싶었던 반짝반짝하고 달콤한 탄산음료를 골라왔어. 그런데 음료수를 보자마자 엄마 얼굴이 갑자기 무섭게 변해. 그거 색소 덩어리에 설탕 범벅이라 이 다 썩는다며 당장 내려놓으라고 화를 내지. 분명히 아무거나 고르라고 해놓고 갑자기 안 된다니까 억울하고 사기당한 기분이 들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서 한 걸음 물러나기로 결심해. 조금이라도 건강해 보이는 알록달록한 과일 주스를 골라서 당당하게 가져가지. 이번에는 혼나지 않고 기분 좋게 계산대로 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야. 엄마한테 칭찬받을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기대감이 마구 치솟아.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어. 엄마는 과일 주스를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또 정색을 하지. 이거 과일 즙이 아니라 액상과당 덩어리라서 다 비만 되고 난리 난다며 소리를 높여. 결국 고르고 골라서 최종적으로 너희 손에 쥐어지는 건 뭔지 알아? 맛도 없는 맹물 같은 보리차나 하얀 흰 우유뿐이야. 아무거나 고르라면서 대체 왜 다 안 된다는 걸까? 이럴 거면 처음부터 보리차 고르라고 하든가 말이야! 고를 자유를 준 것처럼 해놓고 정작 고르면 혼을 내니까 머릿속이 하얘지고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돼.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중구속 또는 더블 바인드라고 불러. 말로는 아무거나 고르라고 자유를 주면서 행동이나 마음으로는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압박하는 무서운 소통 방식이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받으면 너희 뇌의 생각 주머니인 전두엽에 엄청난 랙이 걸려! 마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려서 마우스 클릭이 안 되는 것처럼 판단 능력이 마비되어 버리지. 게다가 어른들이 말하는 음료수 한 병 먹으면 몸이 다 망가진다는 주장은 과학적 팩트가 아니야! 우리 몸은 생각보다 아주 똑똑해서 음료수 좀 먹는다고 바로 파국을 맞이하지 않아. 간이랑 신장이 알아서 영양소를 거르고 에너지를 대사하기 때문에 적당히 먹고 열심히 뛰어놀면 아무 문제 없어. 어른들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본인들의 불안감과 개인적인 취향을 너희에게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우리 잼민이들! 앞으로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고르라고 해놓고 자꾸 퇴짜를 맞아도 절대 기죽거나 자책할 필요 없어! 너희가 선택을 못 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소통 방식에 논리적 오류가 있기 때문이야. 아무거나 고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정답 맞추기 게임에 억지로 동참하지 마.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너희가 음료수 한 병을 먹는다고 몸이 단번에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이야. 다음번에 또 이런 상황이 오면 마음속으로 당당하게 외쳐봐!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속 모순 때문이라고 말이지. 스스로 생각하고 분별하는 멋진 잼민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