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 마리 훔쳐 가출했던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마라"며 맨땅에 기적을 만든 불도저 기업가
정주영은 강원도의 아주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매일 피땀 흘려 일해도 배가 고팠던 소년 정주영은 농사만 지어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서울로 도망치기로 결심합니다. 네 번째 가출 때는 아버지가 소를 판 돈까지 몰래 들고 나왔어요. 이 일은 평생 그의 마음 한구석에 빚으로 남았지만, 그의 거대한 모험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온 정주영은 쌀가게 배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 마당을 쓸고, 자전거 뒤에 쌀가마니를 잔뜩 싣고 골목길을 달렸습니다.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쌀가게 주인은 가게를 통째로 정주영에게 물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그가 일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지요.
여기서 주저앉을 법도 했지만, 정주영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건설 회사를 차려 부서진 다리와 도로를 다시 짓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차도, 배도 만들 기술이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대기업을 만드냐고 비웃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주영은 부하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
조선소(배를 만드는 공장)를 지을 돈이 없었을 때는 영국의 은행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500원짜리 지폐를 툭 보여주었습니다.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철로 만든 배를 만들었던 민족이오"라고 설득해 엄청난 돈을 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를 만들 공장도 없는 상태에서 그리스에서 배 두 척을 주문받아, 공장 건설과 배 제작을 동시에 해내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가난하다고, 배운 것이 없다고, 남들이 안 된다고 말할 때 정주영은 몸으로 먼저 부딪쳤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현대그룹을 세웠습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직접 길을 닦으면 된다." 그가 남긴 이 거친 발자국은 오늘날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지레 겁먹지 말라고 말이죠.